2018년 10월 19일 금요일

[범용기 제5권] (116) 동경에서 – 삶의 규범

[범용기 제5권] (116) 동경에서 – 삶의 규범

‘공자’는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고 했다. 이것은 공자의 ‘자서록’ 마감 구절이다. 다시 말한다면, 나이 70고개를 넘어서니까 생각잖고 제멋대로 해도 가치규준에서 어긋나는 일이 없더라 하는 뜻이겠다. 물론 그가 말하는 ‘가치규준’(矩) 내용 자체가 문제이겠지만, 그대로 ‘공자’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음에는 틀림없겠다. 그건 윤리, 도덕, 지식, 정치비판(春秋) 등등을 포괄한 규범이었다.

제자들의 평으로는 ‘공자’는 이런 부문 전체에 ‘대성지성’한 무관(無冠)의 왕자라는 것이었다. 그의 위패에는 “大成至聖文宣王”이라 적혀 있다.

‘공자’가 스스로 수양하며 이렇게 ‘대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몸’이 건강했다는 것도 의미한다. 소수의 예외가 있겠지만 그건 역시 ‘예외’다.

‘범용자’는 70을 넘은지도 12년이 되어간다. ‘대성’ 이상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 반대다. 제맘대로 척척 해내는 대신에, 다음세대의 보살핌에서 겨우 큰 허물을 비껴선다. 몸에서 ‘正氣(정기)’가 증발해서 마른 ‘와디’가 된다. 방향감각이 무디어 길을 잃는다. 가까운 고장도 천리같이 멀다. 높은 데가 두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는 아무도 더럽힐 수 없는 ‘성역’이 있다. 내 책상에 내 친구들 ‘말’이 담겨 있다. 내 ‘서가’에 내 선배들의 얼이 꽂혀 있다. 성서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주어진다.

그리스도가 내 안에 있어서 내가 산다. 사는 것도 그리스도요 죽는 것도 그리스도를 위해 죽는 것이니, 사나 죽으나 나는 그리스도의 것이다. 그리스도가 나의 모든 것의 모든 것이다. 이것이 바울의 자기 고백임과 동시에 참 크리스챤 모두의 고백이기도 하다. 나의 ‘공백’에 하나님의 ‘바람’이 침입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리의 ‘규범’을 넘는다.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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