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1일 화요일

[범용기 제4권] (67) 細語錄(세어록) - 그림과 음악의 하루

[범용기 제4권] (67) 細語錄(세어록) - 그림과 음악의 하루

9월 21일, 겹으로 덮힌 구름이 무겁게 내리 누르는 그늘진 날씬데 가을 빗줄기가 올까말까 망설이는 불안정한 날씨다. 그래도 맘먹은대로 나가자면서 박재훈 박사가 차를 몰고 왔다.

열 한시 반에 떠났다. 떠나자마자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차 속에서의 우리는 “오겠거든 와라!” 식으로 하늘을 깔보는 뱃장이었다.

지금 가는 데는 토론토서 150마일정도 떨어져 있는 “클라인벅”이란 한적한 시골인데, 거기에 캐나다 초창기 화가 아홉분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는 것이다. 우거진 숲속에 바락식으로 된 화랑이 연결된 행랑까지 쳐서 일곱채 정도 이어 있었다.

그림은 거의 다 풍경화였으니 화가마다 특색이 달라서 심심치가 않았다. 그래도 현대 추상화처럼 아주 몰라볼 정도는 아니었기에 미술에 소양없는 나로서도 제법 알고 보는 것 같아서 신기로웠다.

나는 떠나기가 허전해서 거기 그림들을 모조리 모은 화첩을 샀다. 박박사는 여기 화랑그림이 든 81년도 카렌더를 내게 선사했다. 기억이 가을의 낙엽처럼 시들기전에 때맞춰 푸름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오늘 저녁 여덦시부터 토론토 ‘로얄콘서바토리’에서 고 이해영 목사 장남 화정군의 피아노 독주회가 있어서 기어코 참석해야 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대로 달리면 시간에 맞아 떨어질텐데 웬놈의 차가 그렇게 많은지, 거기다가 어딘가 앞에서 차 사고라도 난 것으로 짐작돼서 20분 이상 ‘자라걸음’으로 애태웠다. 겨우 길목이 풀려 ‘초속’으로 달렸지만 첫 순수에서는 ‘추방자’ 신세였다.

제2부 마감순서인 무쏘르시키 “전시회 그림”이란 곡은 금방 ‘전시회’ 그림들을 보고 온 나로서는 무슨 인연인 것 같기도 했다. 그림의 아름다움이 녹아서 음악의 선율이 흐르고, 그 소리의 아름다움이 엉켜서 그림이 됐다면 미술세계의 자유, 예술인의 신통력 등등은 속세 위해서 안에로 내려온 ‘신선’일 거라 생각해 봤다.

이런 화가, 음악가, 시인, 문학인들은 타고난 천재들일 것이다. 결국 ‘범용’의 레벨은 넘는 천재들만이 말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하겠다. 나는 근일 일본의 작가 “미시마 유끼오”의 글들을 읽으면서 더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타고난 천재들만이 말할 수 있는 언어들이었다. 그 머리의 섬광이 너무 눈부시었다. 그림도 시와 음악도 모두가 천재들의 ‘로고스’다

나는 갑자기 김지하를 생각했다. 그는 하늘이 한국땅에 보낸 ‘천재’다. 그걸 모르고 권력의 ‘돼지떼’들은 그를 ‘돼지들’ 중의 하나인양 물고 찢고 한다. 김지하는 “돼지”에게 던져진 ‘진주’랄까? 짓밟히고 먹히고 해도 진주는 ‘진주’여서 돼지 때, 돼지 살은 되지 않는다. 먹혔어도, ‘진주’대로 배설될 것이다. 그러면 어떤 극성스런 ‘진주장사’가 제 소유를 다 팔아서라도 그걸 살 것이다.

그림과 음악의 하루는 뒤늦게 개인 가을의 샛파란 하늘에 영광의 무늬를 수 놓았다. 아름다운 계절의 자랑이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