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1일 화요일

[범용기 제4권] (64) 細語錄(세어록) - 불신 분열의 유혹

[범용기 제4권] (64) 細語錄(세어록) - 불신 분열의 유혹

예수가 거리에 나와 민중의 소용돌이 속에 뛰어들어 그 가난하고 병들고 종교적으로 정죄당하고 권력자에게 짖밟히는 천민들을 “하느님의 자녀”요 “천국 시민”이라고 치켜 높이는 일에 한창 “열중”할 때, 교권자 계급인 바리새파와 사두개파 사람들은 예수 ‘이미지’ 깎아내리기에 역시 “열중”하고 있었다.

사귀들린자(정신병자), 문둥병자, 앉은뱅이, 소경, 귀머거리 따위가 진짜로 나아서 멀쩡해지는 것은 누가 보아도 사실이니 그걸 “아니다”할 수는 없고 – 그래서 “그가 사귀 내 쫓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마귀왕이 그에게 붙어있기 때문”이라고 악선전했다. 말하자면 예수를 “마왕”이 들린 자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귀왕, 벨제불에 잡힌 예수가 나타나면 쫄개 귀신들이 쩔쩔매여 달아난다는 얘기다. 그때 예수는 말했다. 마왕과 사귀는 한 패가 아니냐? 마왕이 사귀를 내쫓는다면 저희끼리 갈라져서 강한 두목이 약한 부하를 잡아먹는 격이 된다. “한 나라가 갈라져 싸우거나 한 가정, 한 단체, 또는 한 민족이 갈라져서 서로 싸우고 다투면 그 나라나 그 민족은 스스로 망하고 말 것이다. 적어도 마왕은 그렇게 미련하진 않다.”

“그러니까 너희 이론은 설수 없다. 이제 내 설명을 들어봐라” 하고 예수는 말을 계속한다.

나는 “참인간”(사람의 아들)으로서 마왕과 정면으로 대결하여 이미 그를 이겼고 그의 잔당을 몰아내고 있는 중이다.

내가 마왕의 세력을 몰아낸다면 그것은 마왕과는 대척적인 세력 즉 하나님의 “영”의 능력으로 그리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내 안에 성령이 계시기 때문에 귀신들이 제풀이 쫓겨가는 것이다.

내가 마왕과 한 패라면 내가 왜 내 부하인 사귀를 쫓겠느냐? 마왕과 행동을 같이 할 것이 아니겠느냐?

내가 성령의 능력으로 어느 사람에게서 사귀가 나가게 했다면 벌써 그 사람에게는 천국이 임한 것이다. 하나님의 영이 지배하는 고장이면 그곳이 곧 천국이기 때문이다 하고 그는 해명했다.

여기서 한가지 윤리적인 원칙을 발견한다. “마왕의 나라”나 “인간의 나라”나를 막론하고 자기네끼리서의 분쟁분열이 생기면 그들 자신이 망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전두환은 마왕행세를 하면서도 마왕보다 훨씬 더 미련한 짓을 하고 있다. 자기나라 백성에 대해서도 들볶고 서로 믿지 못하게 분열시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것은 마왕답지 못한 미련한 전략이다.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항간에 유포시킨다. 이간과 배신과 비방과 거짓증거를 퍼뜨려 국민이 서로 믿지 못하도록 이간질한다. 요새는 스탈린시대의 ‘고발’ 시스템을 써서 집안 식구끼리 서로 서로 고발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들었다. 동지가 원수되게 한다. 말도 이런 말 저런 말이 뒤섞이여서 말의 ‘난맥’이 공연스레 폭발사고를 일으키게 한다.

같은 민주동지끼리서라도 어느 동지가 이러저렇게 저쪽에 붙었다. 정보를 팔아 돈 벌었다. 등등의 고자질 말을 들으면, 그대로 믿지는 않으면서도 어딘가 께름해진다. 그래서 그 동지에게는 맘 한 구석에 자물쇠를 채운다. 그리하여 저편에서도 “저 사람이 왜 저러나! 나를 의심하는 거냐? 기분 나쁘게! 그렇다면 나도 생각을 달리해야지!” 이런 식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이 서로 벌어지고 갈라진다. 그러면 마왕은 “됐다”하고 은근히 지렛대를 넣는다. 그러나 그 지렛대는 자기 자신까지 엎어 버릴 것이다.

이런 처지에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원형”으로 돌아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말한다면 맨 처음 민주동지로 믿고 뜻을 묶은 그 사람에 대해서는 남들이 뭐라하든, 나는 동지로서의 신의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 가령 그 사람이 변절했다 하더라도 나는 맨처음 믿은대로 그를 믿고 진심으로 충고해야 한다는 말이다. 원점에 돌아가 거기 머물러야 한다.

“마왕”은 개인끼리만이 아니라 단체의 분열도 조장한다. 전략이 “인간”이상으로 악마적이다. 어느 단체든 이북돈으로 운영한다. 어느 신문은 빨갱이 신문이다. 하고 중상한다. 이런 경우에서도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가 그 단체나 기관의 설립당초의 취지, 목적, 강령을 믿고 판단해야 한다. 좀 다르다고, 달라졌다고 칼로 베인 듯 갈라서면 갈르는 습성이 우쭐해져서 또 갈라선다. 분열자가 영웅같이 보인다. 그런다면 이건 “마왕”의 설계대로 되는 것이며 종당은 자멸이다. 우리가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거대한 목적을 위하여 다르면서 합하며 사랑으로 하나되는 삶에 철저해야 하겠다. 어쨌든 민주운동에서는 다르면서도 연합하여 분열을 극복하고 협동과 합작에 치중하는 것이 우리의 급선무임을 모두가 명심하여 악마의 시험에 걸리지 않아야 하겠다.

이것은 분간없는 혼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와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훈련된 하늘나라 군대로서의 “기강”이니만큼 엄숙한 명령이라 하겠다.

댓글 1개:

  1. "심지어 마귀들도 자기들끼리 팀킬은 안한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한민족 한동포라는 인식은 개나 줘버리고... 좁아터진 편협한 마음만으로 내가 속한 집단과 구성원만 잘 살면 된다는 심보를 갖고 있다.

    폭넓게 보면 같은 민족, 같은 백성인데도... 그 안에서 피아를 구분하고 적과 아군을 설정해서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닐까?

    경제폭망이라는 프레임으로 대기업은 배부른 상태이면서도 일반 시민들의 대부분은 가난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의 시점에서... 그것이 결국은 자신들까지도 망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멍청함의 극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야말로 '소탐대실'

    지금 당장 자신들의 이익에 급급해서 전체적으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은... 대기업... 언론... 법관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고... 조삼모사의 고사성어에 등장하는 원숭이들의 한심함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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