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0일 화요일

[범용기 제4권] (5) 序章 - 원형(Prototype) : 인간의 원형

[범용기 제4권] (5) 序章 - 원형(Prototype) : 인간의 원형


(1) 인간의 원형

“인간이 타락했다”, “크리스챤이 타락했다” 등등의 말을 듣는다. 타락했다는 것은 타락이 이전의 “원형”을 전제로 하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 “원형”이란 것은 이미 타락한 것들 중에서 비교적 나은 타입의 사람을 골라 잡는다는 과정에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령 중국에서 요, 순, 우, 탕 등 과거의 성군(聖君)들을 이상화하여 그 과거에 황금옷을 입히는 일이라든지, 서양 사람들이 미래에 유토피어를 그리면서 그 꿈의 화려한 옷자락 속에 감싸여 감미로운 영탄이 젖는다는지 하는 방향에서 발굴된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정도의 차는 있을지 몰라도 인간의 타락태(態)는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원형”은 진짜 원초, 즉 타락 이전에서 찾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놀랍게도 우리는 그것을 창세기 1장에서 발견한다. 하느님이 “말씀”으로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마감에 사람을 만드셨다. “자 이제 우리 형상대로 사람을 만들자. 그리고 그를 천지만물의 관리자로 삼자”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이다. 하느님 자신은 아니지만 그의 “이미지”다. 이것은 인간의 “원형”이다. 하느님을 닮은 존재다. 하느님은 범죄자가 아니다. 인간도 “죄인”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다. 하느님은 죽지 않으신다. 인간도 죽어야 할 존재가 아니다. 하느님은 영이시다. 인간도 영의 질서에 속해 있다. 하느님은 계시의 필요에 따라 몸으로 나타나신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 공간의 제약에 예속된 몸이 아니다. 그것은 영의 몸이다. 인간의 몸도 그 원형에 있어서 “영의 몸”이다. 역사 안에서 살다가도 어느 기간 지나면 죽음을 거치지 않고 “하늘”의 질서에 승화하는 몸이다. 그런데 인간이 인간되기 위한 원초적인 조건인 “자유”를 자기의 육적 동물적인 “자연” 질서에 바쳤다. 그래서 그는 영의 질서에서 자연질서의 “신진대사” 법칙에로 떨어졌다. 이것을 성서에서 “타락”(Fall)이라 했다.

원형에서 추락됐다는 말이다.

[1980.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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