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4일 목요일

[범용기 제2권] (91) 돌아와 보니 – 기장총회는 어떠했는가?

[범용기 제2권] (91) 돌아와 보니 – 기장총회는 어떠했는가?


나는 총회총무 서정태에게 캐나다연합교회 보조금 2만불을 수교했다. 그리고 그것을 중점적으로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대전, 논산, 부산에 기장교회가 신설됐다. 그 선교비의 열매다.

전주 김세열 교회에서도 얼마 나누어갔다.

이남규가 경영하는 목포 영명중고등학교에서 얼마의 분깃을 받아갔다.

‘한신’에서는 처음 3만불은 떼웠지만 캐나다 여선교회에서 추후해 보내온 3만불로 교사건축비 미불액(未怫額)은 청산되었다.

이렇게 뭔가 돼 가는 것 같으니 교회 정치의 노장(老將)들도 모두모두 ‘한신’ 재단에 열을 올린다.

남한에는 꽤 큰 도시나 마을에도 기장교회가 없는데가 많앗다. 자유하는 신앙을 갈망하는 크리스천은 예수가 유대 교회당에서 몰려나듯 소외와 냉대를 각오해야 했다. 자칫하면 ‘편싸움’이 유발된다. 새 교회당도 필요하고 새 목회자도 맞이해야 했다.

캐나다 선교부에서 ‘기장’ 총회에 보낸 2만불은 주로 이런데 집중적으로 쓰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 육성된 교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불평도 생긴다. “왜 같은 사정에 있는 우리 교회는 빠졌느냐?”, “왜 같은 사정인데 저 교회는 우리 교회보다 많이 줬느냐?”, “우리도 더 줘야 하겠다.”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불평이다.

“교인들이 안간힘을 다 들여 허물어진 교회당을 재건했는데 종각도 못 올리고 내부도 엉망이다. 교인은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지쳤다. 조금씩이라도 도와줘야 하겠다.”

총회 총무 서정태는 시달리기에 바빴다.

위원회를 만들어도 마찬가지다. 거기서도 같은 문제로 ‘옥신각신’이다.

‘세광학원’ 재단에 오는 돈은 좀 늦어졌다. 세광고등학교는 교사건축비 ‘미불’로 차압 직전에서 허덕인다. 총무 서정태에게 호소한다. “교회신설에 쓸 돈 얼마를 잠깐만 유용(流用)하도록 해 주시오. 캐나다서 돈이 오면 곧 갚겠오….”

마음씨 좋은 서정태는 아무 결재없이 그렇게 했다.

‘세광’에서는 돌려주지 않는다.

“이미 먹어서 소화된 걸 다시 끄집어낼 도리는 없오. 사정이 피이면 갚으리이다….”

이러니, ‘기장’ 총회 노장(老壯) 목사들은 자기네게 온 돈이 가로 흘렀다고 분개한다.

좀 늦었지만 ‘한신’에 보내온 3만불에 대해서도 속으로 질투하는 것 같았다.

“총회 신학교지 김재준의 신학교냐? 그것도 총회 회계에 넣고 총회 결재를 통과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그건 캐나다 총회에서 직접 신학교 보조금으로 Earmark를 달아 보낸 거니까, 신학교 이사회 소관이지, 총회의 직접 사무는 아닐겁니다” 하고 나는 일소에 붙였다.

그때 총회장소가 서울 성남교회당이었기 때문에, 이남규, 김세열 등 원로들이 내 사택에 찾아왔다.

“신학교 당국이 총회를 거역하고 ‘학장’이 총회를 무시한다면 질서가 유지될 수 없지 않소?” 이남규는 울긋불긋 분노의 분화구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조용조용 말했다.

“나는 신학교 학장 자리를 탐내는 사람이 아니오. 당장 이 자리에서 사직한테니 여러분이 맡아 하시오.” 하고 나는 일어섰다.

그들은 당황하는 눈치였다. 별말없이 나간다.

이건 내 잘못된 추측이었기를 바라지만,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김재준이 신학교에 그대로 앉아 있는 한, ‘한신’이 총회 직속 신학교라 해도 이름 뿐이고 실권은 없을테니 이번에 ‘한신’을 총회 교권 속에 잡아 넣어야 한다. 그가 캐나다에서 3만불이나 얻어왔으니 그의 지반은 갈수록 굳어질 것이다. 이 기회에 돌격하자!”

이 일을 위해서 호남과 영남이 합작한다. 충북은 반쯤 영남에, 충남은 반쯤 호남에 가세한다. 경기는 중립(?)이다.

예수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바리새파, 사두개파, 헤롯당이 합작한 것과 비슷하다고 나는 혼자 생각했다. 조선출 사건도 같은 배경에서 연출된 ‘드라마’였다.

나는 ‘기장’ 교회들의 조속한 건설과 발전과 자립을 위해 밤낮 ‘염원’을 울렸다. ‘돈’만 있으면 문제없이 여름 초목처럼 무럭무럭 자라리라 믿었다.
그래서 큰 돈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얻어왔다.
돈과 함께 탐욕이 따라온다. 전에는 가난해도 긍지를 갖고 의좋게 돕고, 같이 걱정하고, 격려하던 동지 목사들이 이제는 아웅다웅 싸운다. 교권욕이 풍선같이 부푼다.
신학교도 총회도 마찬가지다. 돈을 얻고 친교를 잃었다. 욕심이 사랑을 먹었다.

나는 다시 생각했다.

교회는 역시 은혜와 진리 위에 서야 한다. 은혜와 진리가 교회의 양식이요 그 터전이다. 교회는 ‘마몬’의 사동(使童)일 수가 없다. 돈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돈’을 쓸 줄 아는 성숙한 ‘청지기’에만 적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죄과보다 크다. 무한대로 크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신’은 건재하다.

그리고 이남규도 김세열도 ‘기장’의 원로 목사로 머문다. 김세열은 탈선했다지만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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