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4일 목요일

[귀국이후] (1) 머리말

머리말

내가 쓰는 글은 논문도 아니고 격에 맞는 수필도 아니고 식대로의 자서전도 아니고, 그저 그런 글들이다. 구태여 말한다면 잡문, 또는 長空 잡기랄 수도 있을 것 같다.

해외에 있을 때에 凡庸記(범용기)란 이름으로 여섯 권을 간행한 일이 있었는데 故 徐南同 博士가 범용기 두 권을 한 책으로 묶어 국내에서 간행한 일이 있었다. 그것이 국내판의 첫 시도였다.

동지 韓勝憲(한승헌) 변호사께서 나의 미발표된 옛글들을 三民社(삼민사)란 이름으로 출판하여 세 권이 나오고 한 권은 진행중에 있다.

“한신”(韓神)을 졸업하고 선경도서 출판사를 경영하는 김선목 사장이 나의 귀국후 잡문들을 모아 출판하라고 권고하기에 일기식으로 적었는데 두 책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생활신앙, 생활신학, 생활윤리 등을 강조해 왔기에 글도 결국 생활기록이 되었고 따라서 일기체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 내 생활기록이 얼마나 나 자신에게 충실했느냐 하면 그것도 부끄러움이 앞선다. 기록 자체에는 거짓이 없다하더라도 진짜 부끄러운 부분은 기록에서 의식적으로 뺏었다는 “부정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교적 정직하려고 노력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 귀국직후의 기록들은 해외에서 나를 생각해 주는 친구들의 편지에 좀 더 자세한 회답도 될 것 같아서 “잡문”이지만 큰 맘 먹고 펴내는 것이다.

출판을 맡아주신 선경출판사 金善穆 社長의 노고와 격려에 감사하며 나의 날마다의 삶을 효성으로 돌봐주는 막내아들 관용과 자부 정희에게 고마운 뜻을 말해둔다.

1985년 8.15날에
85翁 長空

댓글 1개:

  1. 김재준 목사님의 자서전이 [범용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범용기]는 한신의 역사와 기장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재준 목사 스스로가 말했듯이 '범용자'(평범한 사람)의 기록이지만... 일제강점기, 해방이후, 유신시대, 군부독재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삶의 기록이기에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특히 범용기 6권은 처음에 국내에서 출판이 금지되었던 책입니다. 유신 시절 박정희 정권이 불편해 할 수 있는 내용이 수록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캐나다에서 귀국한 이후... 김재준 목사는 두 권의 책을 더 발표합니다. [귀국이후]와 [고토를 걷다]... 인생의 마지막을 그리운 고향에서 보내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귀국한 김재준 목사는 대한민국의 산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땅과 함께 하고 호흡하면서 '범용기'의 속편을 기록한 것입니다.

    유명한 독립운동가인 백범이 '백범일지'를 기록해서 후세 사람들에게 민족의 자주와 독립에 대한 열정을 알려주었던 것처럼... 김재준 목사는 시대를 함께 살아간 사람들과 행동했던 기록을 우리에게 남겨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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