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4일 화요일

[범용기 제4권] (42) 내 백성 내 민족 – 居移氣(거이기)

[범용기 제4권] (42) 내 백성 내 민족 – 居移氣(거이기)

한국인의 토론토 이민역사는 십년 남짓하게 짧다. 원래 캐나다 정부에는 이민국도 이민법도 없었다. 법적으로 이민, 다시 말해서 동양이민은 안받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개발을 위한 인력이 부족해서 값싼 동양이민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민장관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결재했었다.

6ㆍ25 전쟁에 캐나다도 참전하여 함께 싸운 다음부터는 여러 가지 실정이 한국인을 들여 놓지 않을 수 없게 되자 점수제 심사를 거쳐 이민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토론토 교포만으로도 삼만 명을 넘게 되었다.

토론토 이민 10년 역사에서 이민사회 범죄율이 거의 없다시피 적은 것이 한국이민이라는 평도 들려오곤 했었다. 사실, 우리 한인 초대이민 여러분은 정직하게 고생하고 부지런히 일해서 그 정당한 임금으로 양심껏 바로 살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에는 그들의 발이 이 땅을 밟고 버젓하게 버티고 설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토양 속에 뿌리도 내려 꽂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온 한국 이민자들 중에는 그런 견실한 토대 건축을 슬쩍 뛰어 넘어 첨부터 영리해지기만 하려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경기구” 같이 헛배가 불렀다. 그래서 자기 “헛배”를 타고 허공에 뜬다. 어디 날아다니는 “지전”(돈) 묶음이나 없다 싶어 허공에 눈을 판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버스표를 대량 위조해서 팔다가 들켰다느니, 우표를 위조했다가 들켰다느니 하는 것이 모두 우리 한인이라고 했다. “망둥이 한 마리가 온 물을 흙탕친다”는 속담이 있지만, 그런 몇 사람이 온 교포 사회의 명예를 더럽힌다.

가만히 보면 갖온 한국이민들 중에는 자기가 아직도 서울에 있는 것 같이 느끼는 분도 없지 않은 것 같다. 한국사회는 모두 비리로 뒤죽박죽이기 때문에 “정직해 갖고는 못산다”는 것이 상식같이 되어 있단다. 그래서 “정상” 보다는 “비정상”으로 발전한다. 정상적인 사람이 비정상자로 다뤄진다. 그들은 정직했기 때문에 몰려나고 잡혀가고 감옥에 갇히고 한다. 서울에서는 헛배를 불켜 “발룬”이라도 띄워야 산다니가 여기 와서도 그래야 잘 살고 그래도 통하는 줄 안다. 어떤 사람은 여기 와서도 할말,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글, 써야 할 글 등등을 제대로 못하고 스스로 “쉬쉬”하며 못나게 군다. 정말 비겁하게 군다. 그것도 그가 벗어나지 못한 서울에서의 노예근성 때문일 것이다.

공자님 말씀에 “사는 고장이 기운을 바꾼다”(居移氣, 거이기)는 구절이 있다. 사는 고장이 바뀌어지면 사는 사람의 기백이나 정기나 사고방식 등등이 달라진다는 뜻일 것이다. 어쩌다 탈출하여 이 넓은 자유 인권 민권의 모범적인 민주국가, 민주사회에 옮겨 살게됐으니 우리 민족의 긍지와 정직성과 자랑스러운 문화와 친절한 봉사와 이 나라의 바른 발전에 공헌하는 넓은 충성을 몸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잔재주 사기꾼이란 별명이 우리 교포의 것이 될까싶어 스스로 걱정해 본 일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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