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8일 화요일

[범용기 제4권] (16) 상한 갈대 – 시간의 여울에서

[범용기 제4권] (16) 상한 갈대 – 시간의 여울에서


우리가 “크리스마스”니 “설”이니 하는 어떤 특정한 계절을 계기로 해서, 일년내내 소식없이 지내던 친구끼리 서로 “카아드”를 교환하고 약간의 선물을 주고 받고 하는 것은 인간관계에 꽃을 피우는 아름다움이다. 소위 우주적인 시간에야 무슨 다름이 있으랴마는, 그 시간을 인간이 자기 시간으로 개발해서 “내 시간”, “우리 시간”으로 “인간화”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고 자랑이다. 말하자면 이 시간을 “내 시간”, “우리 시간”으로 우리 개인, 교회, 또는 역사에 어떤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떤 “사건”의 “모멘트”로 만든다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을 어떤 고장(Locus)에 토착화하는 것이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창작행위라 하겠다. 가령 헨델의 메시야 전곡을 시내 연합교회에서 성가대, 교향악단, 쏠로이스트들이 공연하여 하늘의 영광을 인간들의 혼 속에 파도치게 했다는 것을 크리스마스란 자연계절의 시간에 한 “역사적 사건”을 조각한 “삭상”이었다고 하겠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1980년은 “돌아오지 못하는 다리”를 넘어 가버리고 1981년이란 새해가 온다.

“테니손”의 시에서와 같이 인간이 “인간”되기에는 더럽고 부끄럽던 동물적인 폭력과 살육을 묵은 해의 마감 종소리와 함께 울려보내고 광명과 화평과 정의와 사랑을 울려들이는 새해의 종소리가 울려 퍼져야 하겠다. 그래야 “새”해라는 명절이 대나무의 마디나 소나무의 연륜처럼 전체 생장의 표지가 되겠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할 일이 있다고 본다.

1) 개인들이 성실해야 하겠다. 남을 속여먹을 생각, 남의 것을 감쪽 같이 내 것으로 만들려는 잔재간부리기 등등, 영리한 일부 현대인 생활스타일을 너무 부러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좀 못난 것 같더라도 진실스런 자기를 간직하자는 말이다. “정직해 갖고서는 못한다”는 것이 본국 사회의 통용어가 되었단다. 그러나 못살셈치고 정직해 보자는 생각이다.

요새는 전략(Strategy)이 너무 발달해서 친구끼리도 어디까지가 “본심”이고 어디서부터가 “전략”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을 믿지 못한다.

최근 본국에서 들려오는 얘기로서는 모두 입을 다물고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뿔리 말하다가 “진실”이 팅겨나오면 어쩌나 싶어서 그런다는 것이다.

그 반면에 감옥에 가거든 법정에 서든 자기 양심대로 “예”와 “아니오”를 똑바로 증언하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을 우리는 “성실한 인간”이라 부른다.

2) 정돈해야 하겠다. 본국은 가치기준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선”이 “악”으로 되어 벌 받고 “악”이 “선”으로 되어 표창 받는다. 자유민주의 “심볼”인 김대중은 누명을 씨워 죽인다고 야단이다. 전 세계가 하두 떠드니까 움칠하고 있는 것 뿐이다. 우리 역사에는 그런 따위 억울한 사건들이 많았다. 역사 기록을 곳간에서 모두 끄집어 내어 과거의 잘, 잘못을 다시 비판하고 정돈해야겠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우선 이 정돈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꿰뚫어 왕양하게 흐르는 우리 민족 생명을 우리의 역사창조와 국토의 생산성에 관계하여 진짜 나라건설의 “해”로 맞이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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