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4일 목요일

[범용기 제3권] (24) 15인 민주선언과 학생궐기 – 대화의 광장?

[범용기 제3권] (24) 15인 민주선언과 학생궐기 – 대화의 광장?


국무총리 김종필은 기독교협의회 김관석 총무를 통해서 기독교회 중진들과 대화의 광장을 가져보자고 자주 교섭해 온다고 했다. 나는 박정권 일방통행인데 대화는 무어고 광장은 무어냐고 일소에 붙였다. 그러나 몇 달을 두고 하도 그런다기에 그럼 어디 만나보자고 김총무가 말을 건넨다. 그럼 만나기로 하되 총리관저 아닌, 어느 중간 장소에서 우리가 선정한 몇 분과만 만나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단다. 그래서 1973년 12월 11일엔가 만나 보기로 했다.

김관석, 박형규, 김정준과 김재준 네 사람이고 저쪽에서는 김종필 단독이었다.

김종필이 귀빈 만나는, 삼청동의 궁궐같은 한옥 객실에서 모였다. 김종필은 그 머리말에서 “무슨 비판이든지 맘대로 하되 체제만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우리는 “그럼 우리는 별로 할 말이 있을 것 같지 않소”, “모든 문제가 체제 때문에 생기고, 체제 속에서 나오는데 체제를 건드리지 않고서 무슨 문제발굴이나 해결책이 있겠소!”

김관석과 박형규는 신상관계로 별로 발언하지 않았으나 김정준과 나는 노골적으로 말해버렸다. 박과 김도 공감이란 표정을 보였다. 김종필은 “나는 여러분을 위해서 이렇게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제발 체제는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건드렸다가는 참혹한 유혈극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 때문입니다….”

“기독교회인으로서는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하는 것이 ‘신앙고백’인데 형편에 따라 신앙고백을 달리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정치 문제 이전에 신앙문제입니다….”

김종필은 서로 ‘핀트’가 맞잖는 ‘대화’를 더 오래끌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마감쯤 되어 CIA 무어라는 무표정하고 뚱뚱한 인물이 김종필 옆에 나와 앉는다.

김종필은 그가 정보부 무슨 책임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듣기만 했고 끝까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공갈’용인 것 같았다.

헤어질 때 김종필은 섬돌 아래까지 내려와 작별했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는 그의 비서에게 “목사님들은 아주 강경한데! 어 어쩔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하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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