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4일 목요일

[범용기 제3권] (27) ’74년 1.8 긴급조치 – 삭발로 항거

[범용기 제3권] (27) ’74년 1.8 긴급조치 – 삭발로 항거


1973년 11월 17일 한국신학대학생들이 단식투쟁에 들어갔을 때 일이다. 문교부에서는 총학장을 못견디게 굴었다. 학생들의 반정부운동을 단속할 책임이 총학장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소위 ‘사립학교법안’이란 데 보면 그렇게 되어 있다. 그래서 총학장이 학생들을 제지하려 들면 학생들에게 놀림감으로 경멸된다. CIA 끄나풀 취급을 당하기 마련인 경우가 많다. 한신대 교수들에게도 문교부 지시가 엄달됐다. 그러나 한신대에서는 학생과 교수와 학장이 일체가 되어 있었기에 교수들과 학생들이 다같이 삭발(削髮) - 머리칼을 면도로 밀어버리는 것으로 데모에 대신했다. 마침 그 날에 함석헌이 한신대에 딴 일로 갔다가 그 광경에 감격해서 돌아오는 길에 고려대에 들러 총장실 구석에선가 고대 전속 이발사를 불러 삭발하고 그 풍채좋은 수염도 깎아 버렸다. 인상적인 항거였다.

어느 날 길에서 그를 만났다.

“김 목사도 머리를 깎으오!”

나는 농담삼아 말했다. “당신은 깎는 것으로 항거를 표시했지만, 나는 기르는 것으로 항거할거요.”

그때부터 나는 머리도 수염도 깎지 않았다. 대뜸 자란다.

몇 오래기 안되는 수염이 입술 위 아래에서 한들거린다. 손이 저절로 그걸 훔치적거리게 된다. 그런 모습으로 캐나다에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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