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4일 목요일

[범용기 제3권] (28) ’74년 1.8 긴급조치 – 정체불명의 손님

[범용기 제3권] (28) ’74년 1.8 긴급조치 – 정체불명의 손님


하루는 교회관계를 맡았노라는 치안국 요원이 찾아와서 “교회사찰을 맡으래서 나왔습니다만, 저는 교회가 뭔지 전혀 모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좀 가르쳐 주세요” 한다.

“교회를 ‘사찰’ 하노라고 애쓰지 말고 교회는 교회대로 가만 두는 게 제일 좋은 정책이겠지. 사찰이니 간섭이니 통제니 하는 쓸데없는 일을 왜 만들어 갖고 고생하는거요” 했다.

“교회 정부를 이러니 저러니 비판하니까 못본 체 할 수가 없잖아요?” 한다.

“교회가 정부시책을 비판하는 것은 교회의 본직에 속하는 한 부분이니까 안할 수 없지요. 정부에서는 그 비판을 듣고 자기를 반성하고 좋은 충고를 받아들이고 또 어떤 경우에는 정부 입장을 솔직하게 해명해서 양해를 구하고 하면 되지 않겠소?”했다.

그는 또 말했다.

“교회 기관에는 총회, 노회, 지교회 등이 제도화해 있긴 한 것 같은데,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통하는 지시나 명령 계통이 확립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업신여겨서랄까, 어느 말단 목사에게라도 손을 대면, 전체 교회가 벌떼처럼 일어납니다. 그래서 암만해도 모르겠다고 한 것입니다.”

“글세, 그러니까 괜히 벌집을 쑤시지 말란 말이 아니오?”해서 돌려보낸 일이 있다.

하루는 나갔다 들어오니 마루방 모퉁이에 어떤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내가 들어오자 그는 일어서 경례를 하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존함은 오래 전부터 들어 알고 있습니다”, “저는 박정권 타도를 위한 방대한 비밀조직체 사람입니다”, “말을 암만 했자 소용있습니까?” “죽여버려야지요”, “그래서 김박사님에게도 비밀로 알려드리고 격려를 받고 싶어서 왔습니다.”

나는 조용하게 말했다.

“그런 조직이 있고 그런 계획이 있다면 그런 일을 생면부지의 나같은 사람에게 알릴 필요가 어디 있겠오!”

“무얼하든 그것은 당신들 자유니까, 나는 옳다 그르다 말하지 않겠오. 그러나 나는 나대로 내 길을 갈테니까 내 걱정은 마시오. 나는 그런 폭력 행동에는 흥미도 없고, 해결도 없다고 생각하오. 위정자가 잘못하면 충고하고 잘하면 칭찬하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서 정부가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실천해 준다면 협력도 할 생각이오. 내게 있어서 정부전복 같은 음모는 당치도 않은 얘기오!”

그는 일어서며 혼잣말같이 한마디 한다.

“김박사님 보기와는 다른데요. 순진한 것 같은데 걸려들진 않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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