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6일 화요일

[범용기 제5권] (97) 동경에서 – 동경에서 서독의 푸랭크풀트까지

[범용기 제5권] (97) 동경에서 – 동경에서 서독의 푸랭크풀트까지

나는 건강이 우습게 된다. 배는 만삭된 여인같이 부풀었다. 식욕이 없어서 먹지도 못한다. 간데마다 생선초밥 아니면 장어덧밥이다. 모처럼의 정성인데 맛있는 체 해야 한다. ‘정종’ 한 두 ‘도꾸리’가 들어오면 술안주로 ‘스시’ 한두개 집어본다. 싸우나탕(한증탕)에서 땀을 쭉 빼면 몸이 가쁜할 것 같아서 돈도 적잖게 드는 일을 바쁜 오재식 군에게 강요한다. 그는 언제나 빙그레 웃으며 “그럽시다. 당장 갑시다”하고서 같이 나간다. 어떤 날에는 한번 들어가 두세번 땀 뺀다. 안마도 시켜본다. ‘지압’도 시킨다. 좀 몸이 가뿐해진다. “기분 좋은데!”하고 말없는 감사를 보내면 “날마다 한증합시다. 그까짓 걸” 한다. 그러나 그 효과는 역시 그때뿐이고 집에 들어갈 때 쯤이면 ‘도루목’이다.

한국과 한국교회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돕는 긴급회의 목요기도회에서도 애기하고 저녁 초대(고급도시락) 받고 청산학원 동창 후배들의 환영모임, 한신동창들의 한영만찬 모임 등등에서도 옛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러자니 ‘몸’ 걱정은 이차, 삼차랄까. 거의 무관심으로 지냈다.

그럭저럭 4월 22일이 됐다. 서독으로 떠나야겠다. 서독태생으로 일본에 주재하는 민주동지 ‘슈냐이더’ 씨가 나를 ‘에스코옷’ 하다시피 부축해서 SAS기로 오전 9시 30분에 나리따 국제공항을 떠났다. 8시간만에 앵커리지에 다았다. 이건 알라스카 땅이니까 ‘미국영토’다. 그런데 이 비행기는 초만원이다. 나는 일찍 예약했기 때문에 ‘창가’에 앉을 수 있었다. 북극권 풍경을 여러장 ‘카메라’ 눈에 판박았다.

의자와 의자 사이가 유난히 좁은 것 같다. 다리와 발이 터지도록 부어올랐다. 내 재간으로는 ‘와쉬룸’에 갔다올 자신도 안 생긴다. 음식 ‘메뉴’는 좋았다. 손님들이 미리 선택할 ‘알터나티브’도 허락돼 있었다. 그러나 내게는 아무 욕심도 없다. ‘식욕’이 없으니 ‘진수성찬’도 ‘개밥에 도토리’다. ‘앵커리지’에서 한시간 쉰다. 내리니 그래도 살 것 같다. 내려도 밖에 나갈 문은 없다. 구내식당, 백화점, 박물관, 다방 등등이 모두 난방장치한 유리집 안에 있다.

동물원 짐승처럼 좁은 공간을 서성거려야 했다. 매점이고 식당이고 모두모두 뚱뚱한 일본 중년부인네들이었고 모두 일본말로 해치운다. 일본 어느 시골 정거장에 내린 기분이었다. 아마도 전에 일본영토였던 ‘가라후도’니 ‘지시마’(千島列島)니 하는데서 돈벌러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따끈한 커피 한잔씩 마시고 다시 제 좌석을 찾아 기내에 들어갔다. ‘슈나이더’ 씨는 내 작은 손가방까지도 기어코 자기가 들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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