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5일 금요일

[범용기 제3권] (54) 北美留記 第一年(1974) - 국회 분과위원장들의 얼굴

[범용기 제3권] (54) 北美留記 第一年(1974) - 국회 분과위원장들의 얼굴


와싱톤에서는 Korea desk의 레이나드 한국부장을 찾아 자세한 한국내막을 알렸다. 그는 공감하는 태도로 경청했다. 떠날 시간이 되어 “네 콤멘트는 어떤 거냐?”고 물었더니 “나는 Policy maker가 아니고 이미 만들어진 Policy를 집행하는 자리에 있으니 ‘콤멘트’ 말할 자격이 없소”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을 움직여서 행정부에 압력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당신들게 남아 있다”고 하면서 미안해했다. 한국 민주화운동에 대한 그의 숨은 공적은 크다.

외교위원회 차장(?)이라나 하는 자브로스키인가 하는 사람을 찾아갔다. 그는 노골적인 “친박파”인 것 같았다. “박”의 초청에 따라 미국 국회의원 백명 가까이를 인솔하고 한국에 갔다온 것이 바로 며칠 전 일이라고 한다.

그는 보고서를 작성해서 방금 배부하는 중이었다. 경제부흥, 국방안전, 민심 평온 등등을 높이 찬양한다. 그는 가톨릭 신자로서 서강대학 졸업식에 참석했고 거기서 명예학위도 받았다고 한다. 박정희 따님도 그 학교 학생인데 박정희도 학부형 자격으로 그 졸업식에 참석했더란다. 그렇게 검소하고 평민적일 수가 없더라는 것이었다.

“그건 한국 정부 대변인들에게서 듣는 말 그대로니까 잘 알고 있소이다”하고 나는 나와 버렸다. 다음으로는 “뿌름필드”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총무감이라고들 한다. 그는 껄껄대며 자기가 개방적임을 가장한다.

“미국이 무얼 해주기를 바라느냐?”고 묻는다. 나는 “미국이 한국에 무얼 해주기를 바라서 온 사람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이 노상 없는 아니라고 전제하고서 -

“미국이 건국 초기의 자유, 평등, 정의, 박애 등 건국이념, 다시 말해서 청교도 시대의 이상주의 위에서 자기 역사와 세계 역사를 주름잡는 나라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염원이 있다. 국가 이익(National Interest)이 정치 전반의 가치 기준이 된다는 것은 자유진영의 ‘맹주’라는 미국으로서는 지나친 실리주의가 아닐까 싶다”고 설교 비슷한 원칙론을 얘기했다. 그때는 마침 미국 건국 2백년 축제계절이었기에 저절로 이런 말이 나온 것이었다.

“미국이 돈 많은 나라라는 그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그 돈을 어떻게 벌어서 어떻게 뭣 때문에 쓰느냐가 영광과 치욕의 갈림길이 아닐까 싶다. National Interest보다도 National Justice를 앞세운다면 모든 나라가 미국을 ‘부러워’하는 대신에 미국을 ‘존경’할 것이다……”

그는 너털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글세, 미국도 어디 큰소리 치게 됐어요? Watergate니 뭐니 해서……”

마감으로는 외교위원회 위원장 대리라 하는 ‘울프’를 만났다. 그는, 김대중 씨를 살린 것은 자기였다면서 “자유”를 위한 운동에는 발벗고 앞장서는 것이 자기 성격이라고 한참 자기 선전에 열중했다. “민통” 이근팔 국장과 문명자 부부가 면담교섭, 소개, 통역 등에 수고해 줬다.

“Washinggon Post”, “Religion” 난에도 Interview 기사가 났다.

와싱톤 강연회는 김대중 씨 떠난 다음의 미완성 “민통”을 지키고 있는 안병국 목사가 사회했다. 그 때에도 나는 위 아래 수염을 그대로 두고, 머리는 몇 달째 안 깎아서 뒷덜미를 눌렀다. 그는 강연회에서 나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함석헌 옹은 수염을 깎고, 한신대 교수 학생들은 바울의 맹세 표적처럼 머리를 빡빡 면도로 밀었는데 ‘장공’은 머리고 수염이고 모두 길르는 것으로 항거의 표를 삼았다. 그래서 지금 저 꼴이오……”

송승규 군이 국회 도서관 매점에서 선물로 사준 육중한 손가방이 십년내내 방랑의 ‘괴나리 봇짐’ 노릇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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