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7일 수요일

[범용기 제3권] (138) 北美留記 第三年(1976) - N.Y.에, 서울의 김관석 N.C.C. 총무 만나려고

[범용기 제3권] (138) 北美留記 第三年(1976) - N.Y.에, 서울의 김관석 N.C.C. 총무 만나려고


76년 10월 11일(월) - 이목사와 함께 뉴욕에 갔다.

루즈벨트 호텔에서 김관석 KNCC 총무를 만나 이승만, 손명걸 등과 함께 밤 늦게까지 본국소식 듣고 환담했다.

해외동지들의 이북여행을 나무랄 수는 없으나 사전에 민주동지 소속 그룹의 충분한 검토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결단과 책임소재가 집단적이어야 그 개인의 행동이 떳떳해진다는 것이 합의되었다.

11월 4일(목) - 지미 카아터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닉슨”, “포드”의 음성적 정치 께임에 싫증난 미국 시민들의 반발이 작용했다고 할까!

남부 농촌의 비교적 때묻지 않은 사람을 한번 시험해 본다는 심경일 수도 있겠다.

“인권”을 들고 나왔으나 한국인에게도 인기였다.

기대한 것 만큼의 성과가 거둬질지는 미지수에 속하겠다. 그러나 평민적이 되려고 애쓰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복잡한 상가 거리를 부부가 손잡고 걸어 백악관까지 간다.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미국 대통령은 세계 대통령 구실을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순진할 수도 없고 너무 정직할 수도 없다.

남방 농촌 사회와는 다르다. 허허실실(虛虛實實)의 손자병법에도 능숙해야 한다.

그러나 그가 “민중”의 벗이 되려고 작심한 것 만은 사실인 것 같다.

이 노골적인 Power Politics의 시대에 “인권”을 들고 나섰다는 것도 획세기적이겠다.

이 선거공약이 뜻대로 실천되기는 어렵다 해도 그가 “인권”의 “세기”를 불러 일으킨 것만은 사실이다.

12월 3일(금) - Toronto 한인연합교회 청년회 주최로 청년 특별집회가 열렸다.

청년들이 당면하는 개인, 가정, 사회, 교회 등 여러 양상의 문제들을 솔직하게 말하고 선배 지도자의 대답을 들으며 토의하자는 것이었다.

강사로는 손명걸 박사와 Philip Park이었다.

12월 31일(금) - 나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 혼자서 除夜를 보낼 작정이다.

동양풍속에서는 묵은 해 마감날을 자지 않는 날로 치부했다. 그날 밤에 자면 눈썹이 센다고 아이들에게 공갈을 때린다. 어린이들은 꼬박꼬박 졸면서도 눈을 비벼대며 기어코 안 자려한다. 그게 될 말인가! 몇 분 안가서 쓰러져 코를 곤다. 귀여운 얼굴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섣달 그믐날 밤을 “제야”(除夜)라 했는지 모르겠다. “밤샘”을 해야 하니까 “밤을 제해 버린 밤”이란 수사적(修辭的)인 표현일 것이다.

나도 밤 샐 작정으로 Bloor Street 사무실에 혼자 앉았다. 호젓하다. “제야명상” 54매를 썼다. 내용은 평범해도 제목은 근사하다. 오늘은 “까치설”날이다.

설날 행사도 Routine한 것이다.

한복차림, 세배, 떡국, 윷놀이, 선물 등등 - “금여시 고여시”(今如是 古如是)다.

그래도 그 Routine한데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으로 Routine을 의미화(意味化) 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기에 “인간적”이 되려면 본능이나 습속이나 기계화나 노예화 등등을 감수해서는 안된다.

그걸 의식하고 항거하고 “인간화”하는 때에 비로소 “인간”이 된다.

독재자는 국민전체를 비인간화 함으로써 자기도 비인간화한다. 그 자신의 “성격”으로 본다면 독수리나 “매”일 수도 있고, 곰이나 사자나 호랑이일 수도 있고, 독사나 전갈일 수도 있다.

우리 독재 영감님은 어떤 유형(類型)에 속할까 아마도 독사나 전갈 형(型)일 것이다.

묵은 해와 함께 “독”(毒)과 “사”(邪)를 울려 보내고 “인”(仁)과 “의”(義)의 “인간”을 울려드리자.

나는 밤 12시까지 사무실에 혼자 앉아 종소리와 함께 묵은 악령(惡靈)의 해를 울려 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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