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4일 화요일

[범용기 제4권] (44) 내 백성 내 민족 – 민들레

[범용기 제4권] (44) 내 백성 내 민족 – 민들레

민들레(Dandelion)는 무서운 생활력을 갖고 있다. 여기서 집이라고 하면 의례 앞뒤 또는 옆에 잔디밭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집안의 주단과 같은 구실을 한다. 한국의 금잔디를 깐데도 있다. 잔디도 생활력이 약하달 수는 없다. 며칠만 지나면 잡초처럼 거칠게 자란다. 집주인은 날마다 눈여겨 보면서 잔디깎이 걱정에 마음 한 구석이 눌린다. 그것보다도 짜증나는 것은 민들레다. 이놈은 잔디와는 근사하지도 않은 이방족속인데 이놈이 비좁은 틈바구니에 파고들어 뿌리를 내린다. 내려도 깊숙이 내렸기에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목이 길어서 잔디깎이에 걸려 목이 잘라진다. 없어진 것 같았는데 이튿날 나가보면 전보다도 더 많이 노랗게 꽃을 피운다. 또 잔디깎이로 민다. 얼마 후에 보면 길던 목이 스스로 짧아져서 이제는 잔디깎이에도 걸리잖게 꽃을 피운다. 목덜미 아닌 어깨에 붙어서도 꽃은 필대로 핀단 말이다.

“이놈이 동양이민 같구나!”하고 우리 둘째 녀석이 웅얼댔다.

“아하! 빈손들고 낯선 이 땅에 와서 둘이 악착같이 벌어 어린 것들 건사하고 작은 집칸이라도 마련한데는 이 ‘민들레’ 철학이 뿌리가 되었었구나!” 하고 나는 가슴이 짜릿해졌다. 잔디가 백인사회라면 노랑꽃 민들레는 동양소수민족이랄까! 백인이 싫어하고 업신여기고 될 수만 있으면 뽑아버리고 싶어하고 깎고 잘르고 해도 죽어라고 뿌리를 내린다. 그래도 민주주의 나라란 체면 때문에 드러나게 “히틀러” 흉내낼 수도 없고 해서 이만큼 좋게 지내는 것이 아닐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진짜 그들의 “라이벌”이 될 때에는 그들이 본성을 드러낼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약을 먹이면 민들레가 죽는다. 그러나 그건 어느 집 정원이나 길가 초장에서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허허벌판, 언덕, 골짜기 할 것 없이 옥토인양 뿌리를 내리고 억세게 번식하는 민들레를 약으로 근절시키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차라리 민들레 화단을 만들어 그것 그대로의 생명을 존엄하게 아름답게 길러주는 것이 나을 것이 아닐까? 민들레 꽃이 왜 그리 보기 싫다는지 모르겠다. 진정 아름다운 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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