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30일 수요일

[범용기 제2권] (126) 세계교회협의회(W.C.C.)에 가다 – 일본구경

[범용기 제2권] (126) 세계교회협의회(W.C.C.)에 가다 – 일본구경


나온 김에 일본도 구경하고 싶었다.

동경 한인교회 이인하 목사에게 안내를 청했다. 그는 이도오(伊東半島) 반도의 ‘아다미 온천’ 지대에서 며칠 휴양하도록 순서를 짰다. 온천 뒷산을 저쪽에서부터 넘어 계곡의 온천여관에서 자고 쉬고 했다. 산 골짜기지만 간데마다 온천이다. 여관마다 온천 풀과 독탕이 풍요하다. 식사땐 일본 의상의 젊은 하녀가 옆에 꿇어 앉아 밥을 떠 준다.

무슨 중세기 영주대접을 받는 것 같아서 격에 맞지 않는다. “우리끼리 떠먹을테니 나갔다가 부르거든 오라”고 했다.

“오소레이리마스”(죄송합니다)하고 두손 집고 이마가 다다미에 닿도록 절하고서 종종걸음으로 나간다. 잘 때에는 두툼한 이부자리를 곱게 펴 놓고 “오야스미나사이마세”하며 또 절하고 나간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하는 인사다.

하여튼, 일본 하녀의 ‘써비스’는 그만이랄 수 있겠다.

거리에는 진짜 미국식 관광 버스와 관광 기차도 다닌다. 관광 호텔도 하늘 높이 치솟았다.

여로에 잘 쉬었다. 이인하 목사댁에서 벽에 거는 작은 벽걸이 판대기에 미숙한 휘호를 숱해 썼다. 젊은 교회 청년들이 제각기 써 달라기에 마다할 수 없어서였다.

그리고서는 ‘교오도’(京都)의 옛 도읍 거리와 히에이잔(北山), 그리고 그 밑에 갇힌 비와꼬(琶湖)를 보았다. 그것은 ‘오오미 형제단’(近江兄弟團)의 발상지(Hme hase)라는 인연 때문이다. 그리고서는 아무데도 들리지 않고 도꾜에 돌아와 김포비행장에로 날았다.

일본은 정리된 나라라는 인상이 남는다. 제 살림은 제 손으로 깔끔하게 꾸려가는 족속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의 점진적인 교화(敎化) 정치 프로그램 중에서 치국(治國)까지는 해낸 셈이다. 그러나 ‘평천하’의 자격은 아직 미달인 것 같다. 너무 자기 중심이어서 평천하의 큰 덕(德)이 길러지기 어려운 탓이 아닐까? 무력과 경제의 억지통치로서는 ‘평천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차대전 후에 이만큼한 진리는 경험으로 알았어야 할 텐데 아직도 깨닫는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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